728x90

정말정말 힘들었던 학기가 끝나고 그동안의 야근과 시험공부와 주말출근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5일 동안 푸우우우욱 쉬고 쓰는 2020년 돌아보기. 사실 쉬는 동안 글 쓸까봐 올해어치의 글은 다 쓰고 돌아보기를 써야지..! 했는데 역시 나는 그럴 리가 없었다~ 작년의 2019년 돌아보기를 쓰는 나는 이탈리아에 갈 준비를 하며 아헨에서 글을 썼지만, 올해의 나는 혼자 포항에서 새해를 맞으면서 이 글을 쓴다.

학업과 연구와 일

  대학원이라는 것이 다 그런건지,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헨에서의 나보다 학업적으로든, 연구적으로든, 일적으로든 크게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뭔가 작년에는 이 글을 쓸 때 배운 것이 참 많다라고 스스로 생각했지만, 올해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 

학부 마지막 학기

 1학기는 나의 학부 마지막 학기였다. 학기가 시작하기 3일 전엔가 귀국해서 바로 학기를 시작해버렸다. 생각지도 못한 비대면 강의로 마지막 학기를 보내게 되었는데, 나는 수업 들으러 왔다갔다 하지 않아도 되고 1학년 수업 듣는 6학년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이 편이 편했다. 사실 이 기간 동안에 크게 뭔가를 한 건 없고, 그냥 1년 동안 잊고 있었던 한국의 삶에 젖어들기에 바빴던 것 같다.

 그래도 목표로 세웠던 성적으로 별 탈 없이 졸업해서 드디어 기나긴 여정 끝에 학사가 되었다. 사실 계속 포항이기도 하고, 졸업식도 코로나 때문에 흐지부지될 것이기 때문에 뭔가 학부가 끝났다! 와! 이런 느낌이 딱히 들지는 않는다. 그래도 지금 이 자리에 쓰지 않으면 학부 생활을 마치는 감정을 쓸 날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쓴다. 원래도 후회를 크게 하지는 않는 성격이지만, 학부 생활에는 정말 단 하나의 후회도 없다. 저학년 때 하고 싶었던 준비위원회들, 총학생회들을 원없이 했고 고학년이 되어서는 단기 유학에 연구참여에 인턴, 학교 밖으로는 각종 장학금들까지 (+전과에.. 6학년 졸업에.. 이런거도..) 학부생 때 할 수 있는,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해 왔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20살-21살 때 만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사람들, 자주 뵐 수는 없지만 학교 밖에서 만나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신 분들, 최근에 만나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과 참 많이 깔깔대고, 때로는 진중했고, 많은 영향과 가르침을 받았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학부 생활의 한 자리를 차지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이게 옛날 감성으로는 페이스북에 하나하나 태그하고 그랬는데 이제 그런건 못하겠다 ㅎㅎ)

인턴

 그렇게 크게 하는 것 없이 마지막 학기가 흘러가는 것.. 같았으나 시간이 무료하게 흐르는 것을 참지 못한 나는 덜컥 인턴을 해 버리고 만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지금 서울에서 살지 못하면 앞으로 최소 2년 최대 6년은 서울 생활을 못 할 것이 뻔했기 때문에 올라간 것 + 첫 학기 5분납을 유럽을 다녀온 상태의 통장 잔고로는 버틸 수 없다는 생각이 컸다. 물론 그 외에도 좋은 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일할 수 있음도 있고, 한국에서 프로세스 마이닝으로 프로젝트를 하는 것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가 궁금하기도 했고, 내가 회사에 없었던 2년 동안 회사가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궁금증도 컸다. ㅎㅎ

 인턴을 하는 동안에는 뭔가 전공 쪽으로 많이 배웠다, 연구 쪽으로 많이 배웠다는 생각이 들기 보다는 일을 하는 태도에 대해서 배운 것 같다. 지금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면 2020년 5월 즈음의 나는 굉장히 자신감이 넘치고, 분야에 대한 확신이 크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과 의욕이 가득했던 것 같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인턴을 하면서 이 모든 자신감과 확신과 의욕이 많이 꺾였고.. ㅋㅋ 좋게 말하면 겸손한 태도를 배울 수 있었고 나쁘게 말하면 자신감이 좀 많이 떨어졌다. (어차피 입학하고 떨어질 거 미리 떨어지고 온 게 나의 정신적 건강에 도움이 되었을 수도..) 나 자신의 일하는 태도(수동성)나 남들과의 협업 관계에서의 나의 역할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회사 다니면서 힘든 시기가 꽤(보다 좀 더 자주) 있었는데 서울에 있는 많은 친구들과 좋은 회사 분들 덕분에 잘 버티고 무사히 회사 생활을 끝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대학원 첫 학기

 2학기는 나의 대학원 첫 학기였다. 분야에 대한 어느 정도의 확신을 가지고 연구실 선택에 전혀 거리낌 없이 입학을 했지만, 녹록지 않았다 ㅎㅎ 오히려 분야에 대한 확신이 첫 학기의 나의 태도에는 독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모든 어려움을 다 블로그에 쓸 수는 없지만, 많은 고민을 했고 아직도 그 고민들은 진행 중이다. 또 독일에서처럼 뭔가를 배웠어요! 하고 당당하게 쓰기에는 뭘 배웠는지 명확하게 쓰기가 애매하다. 물론 인턴 생활처럼 나의 태도를 많이 꺾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었지만, 무엇을 잘 하게 되었어요! 이건 잘 모르겠다.

 당장 생각나는 것은 matplotlib을 제대로 한 번 파보고 싶어서 구조부터 제대로 공부를 했더니 이제는 좀 시각화에 능숙해졌다는 것, scikit-learn도 제대로 한 번 파보고 싶어서 파이프라인 구조까지 한 번 제대로 공부를 했다는 것, 그리고 코스웍이었던 complex optimization과 Bayseian statistics도 깨작깨작.. 음 진짜 모르겠네 4달 동안 난 뭘 했지. 짜내고 짜내서 이 정돈데.. 이건 그냥 학부생도 하는거 아닌가.. 모르겠다는 말을 너무 썼는데 진짜 모르겠다 하하 대학원은 알 수가 없다. 뭔가 정말 바빴고, 11월에서 12월 사이에는 5주 동안 주말 포함 집에 12시 전에 들어온 것이 3번 될까말까인데도 뭘 했냐, 뭘 배웠냐고 물으면 대답할 수가 없다. 글을 쓰다 보니 더욱더 잘못된 방향으로 잘못된 속력으로 열심히 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글이 많이 비관적인데.. 인턴+원생 윤희 말고 일상 윤희는 아주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일상과 취미

 2019년은 혼자 즐길 수 있는 법을 알아가는 한 해였다면, 2020년은 코로나 와중에도 밖에 안 나가며 열심히 내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새로운 회사에 입사한 것도 아닌 이 나이의 사람치고 올해에 많은 새로운 사람들을 열심히 만났고, 원래 내 곁에 있던 사람들도 열심히 만났다. 작년에 여러 계기가 있어서 2020년의 목표를 세우면서 맨 위에 쓴 것이 주위 사람들 챙기기였는데, 정말 열심히 챙겼고 챙김받은 한 해였다. 2020년의 키워드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원래 있던 취미

 작년에 독일에서 찾아 온 취미들을 알차게 한국에서 진행 중이다. 열심히 맛집을 찾아다니고, 열심히 요리하고, 열심히 마시고, 열심히 읽고 있다.

먹고 마시기

 어느 정도 오래 지낼 집에 살게 된 나는 온갖 조미료들과 조리 기구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다른 것(흔히 말하는 화장품, 옷 등등)에 대해서는 정말 물욕이 없는 편인데 이놈의 먹을거에는 왜 이렇게 욕심이 나는지.. 요리하고 술 타서 주위 사람들과 나눠 먹으면 그렇게 행복한 일이 없다. 집에 사람 초대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낙인 사람. 이를 좀 더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서 조주기능사 시험을 쳤고, 1차에는 합격했고 2차는 아직 코로나 등등의 이유로 응시하지 못했다. 대학원 생활 하는 동안 조주기능사랑 아무 조리사 이렇게 두 개는 따고 싶은데 저번 학기의 고통을 생각하면 가능할지 모르겠다. 

 또 다른 목표였던 포항 아저씨 식당들 찾아 다니기도 아주 성공적이다. (요즘은 못 가지만) 자주 간 식당 사장님들이 알아보시는 지경이 되어서 찐포항시민이 된 것 같아서 좀 뿌듯하다... ㅋㅋㅋㅋ 

책 읽기

 올해도 작년에 이어 12권 읽기 목표는 진작에 달성했고, 23권의 책을 읽었다 (!) 바쁘다고 징징댔는데 다 거짓말이었던 것 아닐까..? ㅋㅋㅋㅋㅋ 작년에는 한 권 빼고 모두 소설이었다고 하는데, 올해는 에세이도 좀 읽고 소설도 좀 읽고 (인문학은 절대 안 읽음) 했다. 올해에 재밌게 읽은 책은 정세랑 작가님의 [시선으로부터,]와 오늘 읽은 장류진 작가님의 [일의 기쁨과 슬픔], 더글라스 케네디 작가님의 [행복의 추구] 정도. 이렇게 하나씩 습관이 쌓여서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믿음을 마음 속에 지니고 사는 사람으로써 책 읽기 목표 달성은 꽤 뿌듯하다 ㅎㅎ 

새로운 취미

 아주 뿌듯한 일이 두 가지가 있는데, 자전거와 자동차 면허!!! 다. 올해 한 일 중에 제일 뿌듯한 게 저 두 개다. 원래 걷는 것 말고 아무런 이동도 할 수 없는 사람이었는데, 5월에 면허도 따고 11월에 자전거도 배웠다. 이제 어디든 갈 수 있다구~ 친구들과 가족들과 그리고 혼자 열심히 자전거도 타고 자동차도 타고 다녔다. 그리고 지금은 추워서 못 하지만, 러닝에 한 때 꽂혀서 꾸준히 연습해서 5km이기는 하지만 마라톤 대회에도 나가서 완주했다. 올해는 이동 수단의 해였네..

 아 그리고 최근에 주식을 시작했다. 올해에 주식 시작한 사람들이 정말 많을텐데, 나는 남들 다 시작할 때말고 며칠 전에 시작함 ㅋㅋㅋㅋㅋ 과연 내년의 나는.. 이걸 보면서 후회하지 않고 있을지.. 데이터 하나씩 긁어와서 간단히 코딩해서 분석하고 하는게 또 쏠쏠한 재미가 있다. 

이게 단가..? 싶은데 이게 다다. 올해는 아주 이상하고 이상한 해였으니까..

블로그

 블로그도 독서처럼, 매년의 목표를 글 100개 쓰기로 세워놨었는데. ㅎㅎ 바쁘다는 핑계를 대기에는 요리와 마시기와 맛집탐방과 자전거와 러닝은 너무 열심히 한게 아닌가.. ㅋㅋㅋㅋ 이 글로 올해 30개째 글이다. 올해는 프로세스 마이닝에서 약간 벗어나 머신러닝쪽 글도 좀 써 보았고, 수익 창출도 시작했고, 올해 목표 조회수인 30000을 훌쩍 넘긴 67000을 달성했다. 

저 달에는.. 프로세스 마이닝 수업이 있었어서.. 조회수 터짐..

 연초에는 성장이 급격한데, 블로그 주인이 블로그에 소홀했던 것만큼 하반기에는 큰 변화가 없다. 내년에도 나 혼자만의 목표가 있는데, 그걸 달성하려면 작년의 나처럼 좀 더 성실해져야 할 듯. 내년에도 분야를 차차 넓혀가려고 하는데, 머신러닝이나 통계학 쪽 이론을 한 번 쭉 다 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 후년에는 나의 분석 코드에 자신감이 생겼을 즈음에.. 코드 쪽도 담아볼까 싶다. 

정리

 올해는 나 스스로 뭔가 아는 것이 많아졌다! 나 똑똑해졌다! 하는 느낌의 성장은 전혀 모르겠고, 사람들과 많이 부딪히고 함께 지내면서 인간관계와 나의 인성.. 에 대해 많이 생각해볼 수 있었고 성장할 수 있었던 한 해였던 것 같다. 이제는 가치관이나 성격이나 생각이 바뀌지 않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재작년 즘에는 있었는데, 사람은 계속 변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왕 변할 거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ㅎㅎ 작년 글도 이렇게 끝마쳤는데, 올해도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정말 감사한다. 1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한국을 떠나 있었지만 잊지 않고 한결 같이 꾸준히 만나주는 친구들, 한창 일이나 인간 관계로 힘들 때 나의 저 멀리까지 가 있는 생각을 들어주었던 사람들, 서울/포항/대구 어디에서든 술무새/밥무새인 나의 요청을 들어주는 사람들, 요리하고 술 타주면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 과정이 어땠든 나의 부족함을 깨닫게 해 준 사람들, 극한의 고통을 준 종강 직전에 즐겁게 공부할 수 있게 함께 공부해준 사람들 모두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300x250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