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내일은 쓸 짬이 안 날 것 같아서 12월 30일에 쓰는 2023년 돌아보기. 2019년 블로그를 시작한 첫 해에 100번쨰 글로 2019 돌아보기를 썼었는데, 딱 200번째 글이다. 다섯 번째 돌아보기 시작!

학업과 연구

 올해는 처음으로 한 해를 온전히 인공지능대학원에서 보낸 해였고, 랩장을 한 해였고, 학회를 처음으로 가 본 해였고, 논문을 처음으로 내 본 해였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교수님께 감사하게 하와이에서 열린 ICML,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NeurIPS 모두 대면으로 참가했고, 각 학회들에서 워크샵 논문들을 하나씩 발표를 했고, 그 워크샵 논문들은 다음 학회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점수가 약간 애매해서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두 개 논문을 첫 1저자로 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던 해였다. 매년 쓰는 올해의 목표에 있던 논문 한 개 submit하기, 해외에 한 번 가기 둘을 동시에 달성해서 좋았다.
 올해에 좀 아쉬운 점은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다. 연구할 때 개념을 찬찬히 잡고 가지 못하고 좀 급급하게 겉핥기 식으로 보고 넘어간 부분들이 많아서 (diffusion이라던가 diffusion이라던가..), 결국에 봤던 것을 다시 보고 다시 보고 하느라 날린 시간이 좀 많은 것 같다. 오히려 작년을 마무리할 때는 너무 미련하게 논문 내용을 정리하려고 하고, 하나를 좀 오래 잡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반대로 좀 미련하게 잡고 이해할 필요도 있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기틀을 잡고 좀 내공이 쌓였을 때 훑어보는 것도 도움이 되는 상태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운 것

 올해에 배운 것 중 가장 큰 것은 아무래도 1저자로 논문을 써 보면서 논문을 쓰는 프로세스가 어떻게 되는지, 리뷰, 리버털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한 번 경험해본 것이다. 논문을 읽어보기만 했지 논문을 써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전반적으로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이 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고 급할 때 짜내면 얼마나 컴팩트하게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10시에 나가서 2시까지 일하는 약간 다시 돌아간 고3 체험.. 그런 컴팩트한 정도로 평소에 일하면 졸업을 아주 빨리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물론 그러지는 못한다. 
 사실 올해를 돌아보면서 앞서 언급했듯이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배운 것이 많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작년에 배운 것을 쓴 글을 보니 GNN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은 어느 정도 잡을 수 있었다고 써 있는 것이랑 비교했을 때 생각보다 좀 있는 것 같다. Graph generation 관련 논문을 쓰면서 기본적인 graph generation baseline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고, GNN-Graph Transformer로 이어지는 블로그 글들을 마무리하면서 기본적인 GNN의 개념을 좀 확실히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autoregressive generation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일상과 취미

  항상 그렇듯이 독서와 요리와 술과 운동과 여행과 독일어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씩 써 보면, 책은 19권을 읽었다. 올해의 목표는 원래 한 달에 2권 해서 24권이었는데, 이를 달성하지 못해서 좀 아쉽다. 그래도 작년보다는 한 권 더 읽어서 다행이고, 연구실 독서 모임에서 벌금을 가장 덜 낸 멤버라서 조금 뿌듯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능력주의는 허구다]. 인문학 책을 많이 읽지는 않는데 연말에 기억에 남는 책을 하나 생각해보면 항상 인문학 책이 생각나는 것이 조금 신기하다.
  요리는 15개를 새로 해 보았다. 아니 사실 15개가 목표였는데 20개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은 화이트라구. 아직도 냉동실에 쌓여 있는데 마음이 든든하다. 라구 볼로네제, 칠리 콘 카르네, 화이트라구 다 해 봤는데 판체타와 화이트라인이 내주는 화이트라구 감칠맛이 가장 나에게 잘 맞는 것 같다. 항상 무슨 이탈리아 사람처럼 양식만 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범위를 좀 넓혀서 중식을 좀 해볼까 싶다. 내가 한 마파두부가 좀 맛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속이 없을 때는 점심 도시락 저녁 집밥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했고 꽤나 성공적인 것 같다.
 위스키는 올해에 정말 많이 마셨다. 연구실 위스키 모임과 해외 출장이 아주 큰 기여를 했는데, 어림 잡아 30개 이상은 맛본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위스키는 지금도 찬장에 있는 [글렌그란트 15년]. 올해에 조니블루, 글렌리벳18, 글렌알라키12 등등 정말 많은 종류의 위스키를 마셨는데 뉴립스 듀 끝나고 혼자 방에서 타 마셨던 글렌그란트 15년 하이볼 맛을 이길 수가 없다. 그런데 내년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칵테일로 빠질까 생각 중이다. 문득 칵테일이 위스키보다 나에게 효용이 좀 더 높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여행은 사실 거의 안 갔고, 학회로 하와이와 뉴올리언스를 다녀 왔다. 하와이는 정말 한 번은 가 볼 만 한 곳인 것 같고, 뉴올리언스는 시차 때문에 너무 고생을 해서 잘 모르겠다. 뉴올리언스가 인생에서 가장 패턴이 맞지 않는 2주일이었다. 운동도 계속 꾸준하게 하고 있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연구실 배드민턴 모임에 힘 입어 배드민턴을 다시 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배드민턴 레슨을 좀 받고 싶은데, 내년에는 좀 받아볼까 싶다. 아 그리고 하와이 출장에 힘 입어? ㅋㅋ 다이어트를 성공적으로 해서 무려 6키로를 감량했(었)다. 지금은 원래만큼은 아니지만 약간 다시 쪘다. 아예 굶지 않고 건강하게 먹으면서 뺀 거라 나도 마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서 좋았다.
 독일어는.. 내년에 독일어권 나라로 학회를 가게 된다면 소통할 수 있는 정도면 좋겠는데(라고 작년에 썼더라) 그러려면 듀오링고 정도로는 안 되고 좀 더 시간을 내서 공부해야할 것 같다. 물론 듀오링고 꾸준히 하기도 중요하지만.. 이건 좀 더 고민해 봐야겠다. 올해에는 새로운 취미를 갖고 싶었는데 또 5개의 굴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다른 게 있다면 퍼스널컬러 검사해서 옷과 화장에 약간 관심이 생겼는데 관심만 있고 아무것도 사지 않는 중.. 평생 가을웜인 줄 알았는데 여름쿨이라서 조금 놀랐어요

하와이에서의 행복한 나

블로그

 올해에 가장 불성실하게 블로그를 썼다. 한 해 동안 쓴 글이 11개라니.. 방금 세 보고 조금 충격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의 내가 써 놓은 타율 좋은 글들 덕분에 최고 방문수는 1309를 달성했고, 월 수익은 50달러 (사실 49달러임 ㅎㅎ) 를 달성해서 약간의 성장을 이루었다. 그런데 3월이 최고 방문자수인 것은 좀.. 아주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래도 여태까지는 나름 우상향을 이루었던 것 같은데.. 내년은 좀 더 노력해야겠다. 

3월 이후로 성장하지 못한 나의 블로그..

 항상 변명을 내가 쓸 수 있는 글의 총량이 정해져 있는데 논문을 두 개 내기는 해서 그렇다.. 라고 하고 있는데 유튜브 볼 시간에 썼으면 100개도 썼습니다.. 내년의 나는 일주일에 하나는 쓰자 제발.. 

정리

 올해는 작년과 다르게 굴곡 없이 평탄하게 한 해를 살아온 것 같다. 논문도 무난하게 내고, 취미도 무난하게 (어쩌면 아주 성실하게..?) 했고. 아쉬운 것이 있다면 공부에서의 목표와 블로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2024년에는 취미만 항상 달성하지 말고 공부나 블로그를 좀 성실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 올해는 진짜 좀 열심히 살았다! 하는 생각이 드는, 엥 이 달의 나는 도대체 뭘 한거지? 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모든 것에서 부족하거나 소홀하지 않는, 밸런스를 잘 지킨 한 해가 되면 좋겠다. 

300x250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