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안정적으로 대학원 다니나 했는데 또 신변에 변화가 생겨버린 2024년 돌아보기~
학업과 연구
올해는 인공지능대학원에서의 두 번째 해였다. 작년에 쓴 글을 보니 첫 온전한 한 해를 대학원에서 보낸 사람답게 학회도 처음 가 보고, 논문도 처음 써 보고, 이런 글들이 있어서 너무 옛날 같고 감회가 새롭다. 우선 목표 달성치로 보면 1저자 2개 accept 2저자 하나 accept 새로운 거 아무 저자로 2개 submit이라는 아주 당찬 포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다 성공했다. 근데 지금 돌이켜보니 목표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는 했지만, 1저자 2개는 submit하고 싶었는데 못 해서 좀 아쉽다. 학회도 비엔나 ICLR이랑 밴쿠버 NeurIPS 두 번 다녀 왔고, 비엔나에서 약간의 깨달음을 얻고 밴쿠버를 가서 엄청 가시적인 성과는 없지만 내가 느끼기에 알차게 다녀왔다. 그리고 올해는 뭔가 운이 좀 좋아서, 대통령과학장학금+삼성휴먼테크+QIFK 삼단 콤보도 달성하고, 학회 travel grant도 받고 여러 모로 나쁘지 않았던 한 해였다. 앞으로는 이런 해가 있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절대적인 지표는 절대 아니지만 그나마 가시적인 성과 상으로는 괜찮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상이고 장학금이고 뭐고 연구 좀 더 잘해야 할 듯.. 요즘은 연구도 타고 나는 부분이 상당하다고 느껴지는데 쉽지 않다. 성실로 채울 수 없는 간극.. 사실 그렇게 대단히 성실하지도 않음
배운 것
배운 것 이거 언제까지 유지할 지 모르겠지만 ㅋㅋ 1년 뒤에 보는 맛이 있으므로.. (라고 2022년에도 써 놓은 것 보고 조금 놀람 ㅋㅋㅋ) 이게 몇 문단으로 딱 엮기에는 올해는 전반적으로 공부한 것이 너무 퍼져있었다. 사실 퍼져 있는건 핑계고 공부를 많이 안 한 것 같기도 하다..
올해는 연구실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연구실 내에서도 좀 다양하게 많은 것들에 참여하려고 노력했고, 학회든 다른 상 받는 자리든 가서 좀 본인마케팅을 해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밖에서 블로그 보신다는 분들을 꽤 많이 만났는데, 좀 열심히 써야겠다고 매년 다짐한다.. 이제 "열심히 써야겠다" 라고 안 쓰고 "열심히 써야겠다고 매년 다짐한다"고 씀.. 왜냐면 찔려서.. 회사들 면접도 나름 꽤 봤었는데, 잘 되지는 않았지만.. 좀 깨닫는 바가 있었다. 논문 더 쓰고 다시 도전.. 링크드인과 X도 시작..은 했는데 원래 SNS 열심히 하는 체질이 아니라 꾸준하게는 못하겠다 그냥 광고판 정도로 쓰는 걸로. 그리고 세상이 좁다는 걸 더더욱 느끼는데, 좀 더 친절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한 해였다.
작년에는 그래프 쪽으로 좀 공부를 했다면 올해는 좀 더 science와 LLM 쪽으로 초점을 맞추어서 공부를 (조금) 진행했다. 2저자 들어간 논문들이 평소 관심사와 굉장히 달랐지만 그 덕에 다른 분야들 맛보기도 하고, 아주 대충은 파악이 돼서 좋은 경험이었다. Science+LLM 논문 리뷰를 받아 보니 가시밭길 같고, 분야도 살~짝 애매한 것 같기도 하고, 지금 하고 있는 실험 결과도 쉽지 않은데.. 또 언제 도망갈지 알 수 없다 ㅎㅎ
일상과 취미
올해 나름 나쁘지 않았었는데 캐나다 15일 크리 맞고 약간 모든 게 무너졌다. 다행인건 새 마음을 먹을 연말이 얼마 안 남은 채로 무너졌다는거..? ㅋㅋㅋㅋ 오 근데 작년이랑 비교해보니 전반적으로 향상했다. 그럼 된겨~ 올해 한 줄 요약은 이것저것 새로운 것 많이 해 본 재밌었던 해로 하겠다 ㅎㅎ
항상 해오던 독서와 요리와 술과 운동과 여행과 독일어, 그리고 올해는 +밴드 +낚시 라는 키워드가 추가됐고, 운동도 필라테스랑 배드민턴 레슨, 그리고 클라이밍(모레 갈거임)을 추가했다. 우선 새 키워드들부터 좀 살펴보면, 자랑스러운 ㅋㅋ 체크셔츠 밴드는 캐나다에서 돌아오자마자 대상포진+약간의 삑사리와 함께 연구실 구성원들 앞에서 작은 콘서트를 잘 마무리했다. 3년 뒤 모두가 서울로 오면 재결합하는걸로.. 앗 체크셔츠 재결합 장기하와얼굴들 재결합보다 빠르다
낚시는 많이 가 보지는 않았고, 다른 도시에서 포항으로 낚시하러 오던데 포항 살면서 한 번을 안 가? 에서 시작되어서 두 번 가 봤다. 참가자미랑 삼치/방어(가서 복어만 10마리 잡음) 요렇게 갔었는데, 나름의 재미가 있어서 내년에 포항 무늬오징어 원정 올 예정. 근데 최근에 대방어 36,000 갓성비 왕맛집 가서 사먹고 약간 현타오긴함. 배를 사던가 해야지..
필라테스는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해서 아직까지는 나름 꾸준히 가고 있다. 하기 전에는 솔직히 이게 운동이 돼?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항상 다녀오면 이틀씩 몸이 쑤신다. 근데 필라테스 다니니까 유산소를 너무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서 좀 고민.. 헬스는 유산소 기계가 있으니까 찔려서 하게 되는데 필라테스는 그게 안 된다. 날 풀리면 등산을 좀 빡세게 다니던가 아님 다시 헬스로 돌아갈지도.. 미뤄 왔던 배드민턴 레슨도 드디어 처음 받아봤다. 나름의 재미가 있긴 했는데 예상했지만 배드민턴계는 동호회+기존 멤버 텃세가 좀 심해서.. 다시 받을 것 같지는 않다. 클라이밍은 내일 가 보고 인상 깊으면 다시 후기 남기는걸로. 고소공포증 엄청 심한데 과연 올라갈 수 있을지부터 떨어지는 것도 못 할 것 같아서 좀 걱정이다. 아 그리고 놀랍게도 요즘은 옷에 좀 관심이 생겨서 아주 조금씩 야금야금 사 모으는 중이다. 무려 귀를 뚫음.. 이 대부분의 새로운 취미에 연구실 내 사회생활(?)이 많은 기여를 했는데 함께 해준 연구실 구성원들에게 감사하다 ㅎㅎ
기존에 해 오던 친구들로 가 보면, 올해는 드디어 20권 돌파! 해서 책 21권 읽었고 인상 깊었던 책은 [파친코]였다. 최근 읽은 한국 소설 중에 가장 흡입력 있어서 진짜 순삭했다. 요리는 항상 그렇듯이 목표를 초과달성하는데. 올해는 한식과 중식을 좀 더 해보고 싶어서 그 쪽을 많이 해보려고 노력했고, 갈비찜에 재능을 찾은 것 같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요리는 갈비라구이다. 어쩔 수 없는 서양요리맨.. 내년은 좀 더 fine한 플레이팅도 연구해보고, 이걸 위해서 학원도 다닐까 고민도 하고 있다. 집을 3차 장소가 아니라 음식 사진찍고 싶은 1차 장소로 만드는 게 목표랄까.. 독일어는 작년의 내가 독일어권 학회 가서 독일어로 소통하기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는데, 비엔나 가서 나름 나쁘지 않게 주문+관광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더더 수련이 필요하다. 영어는 외국 나갈 때마다 아 더 잘 해야 하는데 하고 한국 오면 또 안 해버리는 간사한 나. 한 달에 세 번 실화냐.. 내년은 최소 주 2회 간다..
여행은 올해는 학회 포함해서 세 곳, 북해도, 비엔나, 몬트리올-토론토-밴쿠버 이렇게 다녀왔다. 북해도 3월에 갔는데 사람 없고 눈은 쌓여 있어서 아주 좋았고, 음식이 아주아주 맛있고 술도 싸서 엄청 춥기는 했지만 좋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눈 하루종일 완전 맞고 먹은 시오쇼가라멘이랑 조개내장초밥, 눈 오던 요이치 증류소에서 테이스팅하던 것 이렇게 생각난다. 비엔나에서도 그린칭에서 와이너리 세 군데 돌아다니던 것, 캐나다에서도 나이아가라 보면서 호텔에서 와인 마시고 나이아가라 와이너리 세 군데 돌아다니면서 테이스팅 13잔 격파한 것 이렇게 기억난다. 뭔 주정뱅이도 아니고.. 맞나..
블로그
블로그 올해도 불성실했다. 사실 이거 쓰면서 작년 돌아보기 글 봤다가 11개래서 하나라도 더 쓰려고 부랴부랴 2개 써서 12개 맞췄다 ㅋㅋㅋㅋㅋ 뭔 의미가 있냐고.. 진작 그랬으면 100개 썼겄다. 그래도 올해 좀 뿌듯한 건 올해 쓴 글들이 나름 상위권에 최근 조회수 상위권에 랭크돼서, 소재를 잘 찾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목표 중 하나였던 구독자 100명을 (100번째 구독자는 지인찬스를 통해 ㅋㅋㅋ thanks..) 완성했다.
올해도 역시.. 우상향하지 못한 블로그.. 미안하다 블로그야 주인이 불성실하다
정리
올해 알차고 재밌었다! 1저자 두 개 못 내서 좀 아쉽지만 논문도 몇 개 붙고, 이것저것 장학금도 받고, 취미도 다양하게 좀 탐색해보려고 노력했다. 이것저것 열심히 해 보려고 노력했던 한 해였던 것 같다. 대학원생이 삶이 이 정도 재밌었으면 안 될 것 같기는 한데.. 좀 자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 누워서 유튜브 보는 것보단 낫잖아~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ㅎㅎ 근데 이거 쓰다가 21년 돌아보기 봤는데 "나와 대학원생의 삶을 분리해서 둘을 잘 밸런싱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써 있다. 저 때 너무 고생해서 이렇게 된거군! 깨달아버림
마지막으로, 어쩌다 보니 포항에서의 마지막 해가 되어버렸다. 집도 오래 살 생각으로 꾸미고 오만거 다 사고 하기도 했고, 이렇게 포항 생활을 끝내고 싶지는 않았는데 ㅎㅎ 새로 나온 학생증을 보니 좀 뒤숭숭하다. 그래도 학회 여러 번 가 보고 느끼는 것인데, 옮기는 장점이 분명히 있을 것 같다. 포항 10년맨으로써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포항의 인지도..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제 다시 지방에서 살려면 오랜 세월이 흘러야할 것 같은데, 복잡한 서울도 또 그곳만의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내년은 쉴 때도 되도록 누워있지 않을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진 한 해, 그리고 스스로 모든 것에 성실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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